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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실천부터 정책까지 종이팩 자원순환을 고민하는
천안녹색소비자연대

권은정

천안녹색소비자연대 활동가


천안에는 샛노란 현수막을 양옆에 걸고 시민들 사이를 오가는 화물차가 있다. 오른쪽에는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왼쪽에는 “종이팩은 종이팩 전용 수거함에 배출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달고 천안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와 천안시 재활용선별장 사이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이 차의 정체는 바로 종이팩 수거함, 아니, ‘종이팩 전용 수거차’다.


천안시 재활용선별장(시설관리공단 운영)에 종이팩을 음식물종량제봉투로 교환하러 가는 날은 노란 현수막을 단 차가 시민들을 만나는 날. 천안시청에 가고, 행정복지센터도 가고, 녹소연의 자원순환 거점 중 한 곳인 ‘소중한방과후(천안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아이들도 만나러 간다. 별 관심 없는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노란색 옷을 입고 나타나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린다. ‘종이팩 교환과 시민 홍보를 병행하면 어떨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녹소연의 ‘드라이빙 캠페인’이다.


캠페인 앞에 ‘드라이빙’을 붙일 수 있었던 계기는 우유 유통업에 종사하는 녹소연 후원자 한 분이 자신의 냉장 탑차를 흔쾌히 제공해준 덕이다. 새벽마다 학교 급식에 납품할 우유를 싣고 달리던 차는, 이제 빈 우유팩을 가득 싣고 노란색 현수막을 날리며 낮 시간에도 자신의 쓰임을 다한다. 녹소연에 소속된 실무자 세 사람으로는 할 수 없던 여러 일들이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내어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천안 쌍용동 나사렛대학교 주변의 카페 몇 곳에서부터 시작된 녹소연의 활동은 종이팩 자원순환이 기부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종이팩을 교환해 받은 음식물종량제봉투는 천안시주거복지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주거 취약계층에 전량 기부되고 있다.


시민단체로서 녹소연의 종이팩 자원순환 활동은 두 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나는 자원순환 거점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다른 하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활동의 효과를 데이터로 정리하는 작업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는 이 두 가지 면을 중심으로 녹소연의 활동을 살펴보려고 한다.

1.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원순환 거점

하나, 푸른별상점

20년 전부터 부부가 모두 녹소연의 후원자였던 김현순 대표는 2021년 3월, 천안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을 만들고 흔쾌히 자원순환 거점이 되어주었다. 포장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쓸 수 있는 일상용품을 판매함과 동시에, 상점 근처 카페 대표님들께 지구와함께가게(녹소연의 종이팩 분리배출 참여가게) 활동을 소개하며 종이팩 수거거점으로서도 역할을 다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보다 문턱이 낮은 제로웨이스트샵의 이점을 살려, 학교나 기관이 종이팩 자원순환 및 분리배출 교육에 관심을 보일 때마다 녹소연 활동을 연결해주는 참 고마운 인연이다.


둘,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

종이팩 배출처(카페, 커뮤니티 공간 등)에서의 종이팩 수거는 녹소연 후원자 중심의 수거 활동가분들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이에 더해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 소속 환경동아리 어르신들께서도 함께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으로 수거한 종이팩은 복지관 근처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음식물종량제봉투로 교환해 환경동아리 어르신들이 봉사활동을 하며 만나는 재가 어르신들께 전달한다.


2022년 현재, 녹소연은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자원순환 및 환경교육을 제공한다. 수거의 첫 단계에 복지사 및 어르신 수거 활동가 그룹과 동행해 카페를 방문하고, 카페 운영자들에게 녹소연의 <지구와함께가게> 사업을 설명하는 것도 녹소연의 역할이다. 수거 활동의 주체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원순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어르신들이 지속적으로 수거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다. 녹소연 수거 활동가가 직접 수거하는 가게를 늘리기보다, 이렇게 새로운 거점에 수거 모델이 적용되고 이를 통해 자원순환이 확산되기를 녹소연은 기대한다.

2.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데이터 정리 작업


하나, 천안 시민 300명 대상 온라인 인식조사

종이팩 자원순환에 있어, 수거된 종이팩의 숫자만을 중요한 데이터로 볼 수는 없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종이팩 사업을 진행해온 녹소연은 “잘 안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확인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종이팩 분리배출 인식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천안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7%가 “종이팩을 일반 종이와 구분하여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일반 종이와 혼합 배출(52.7%)”하거나 “일반 쓰레기로 배출(6%)”한다는 시민이 “일반 종이와 따로 배출(41.3%)”하는 시민보다 많았다. 종이팩을 별도 배출해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종이와 혼합해서 배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무엇일까? 일상에서 쉽게 종이팩을 배출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둘, 아파트 100곳 대상 전용 수거함 실태조사

위의 인식조사에서 “본인 거주지에 종이팩 전용 배출함이 있다”고 응답한 시민은 21.3%였다. 녹소연은 <공동주택 종이팩 전용 수거함 설치 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 2021년 초, 천안시에서 배포한 수거함을 신청 및 수령한 아파트 10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대상 아파트에 방문해 수거함 설치 유무를 확인하고, 설치된 경우에는 수거함 내부를 촬영해 배출품목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는데, 100곳 중 42곳, 즉 절반에 가까운 아파트가 수거함을 설치하지 않고 있었다. (그중에는 수거함 설치 후 철거한 곳도 있을 것이다.) 어떤 곳은 설치는 했으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배포뿐 아니라 관리 측면에서도 행정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셋, 30개 행정복지센터 대상 종이팩 교환사업 모니터링

천안시 읍·면·동에 위치한 30개 행정복지센터를 대상으로, 종이팩 교환사업 모니터링도 진행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종이팩을 교환해본 녹소연 회원들이 “센터별로 온도 차가 있다”는 피드백을 들려주었고, 이에 사무국에서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것이다. 천안은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매주 목요일에 음식물종량제봉투로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종이팩 교환사업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교환하는 날짜도 부서도 방식도 동네마다 조금씩 달랐다. 가장 우수한 사례는 행정복지센터 입구 앞에서 요일과 관계없이 교환이 가능한 불당동 행정복지센터였다. 반대로, 담당자 자체가 없거나 있어도 자리에 없는 경우 교환이 안 되는 사례도 있었다. 예상보다 더 큰 “온도 차”를 체감한 현장이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1년 11월에는 <천안시 종이팩 자원순환 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도 열었다. 2022년 10월에는 <시민참여 자원순환활동 사례공유회>를 진행했다. 활동을 이어갈수록 “지속적으로 같이 이야기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종이팩뿐만 아니라 자원순환 분야에서 고민하는 민간단체, 주민공동체 등 다양한 그룹들이 연대하면서 서로의 네트워크가 되고, 함께 나눈 이야기를 행정과도 나눌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녹소연의 권은정 활동가는 “본인이 하시는 활동이 종이팩 순환을 위한 작은 걸음이 된다고 생각해주시는 수거 활동가분들과 후원자분들 덕분에 지금껏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수거를 하다 보면 제대로 씻지 않아 냄새가 나는 종이팩을 만나기도 하는데, 크고 작은 어려움에도 이제 그만하겠다는 수거 활동가는 없었다. 정책 토론회를 통해 만난 시민들의 관심 역시 활동을 멈출 수 없는 동력이다. 그 힘을 딛고 이제 녹소연은 “종이팩 수거 활동을 진행할 지역 거점을 더 많이 마련하는 것”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기관을 발굴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드라이빙 캠페인’을 하며 동네 구석구석 시민들을 찾아가고, 자원순환 교육이 필요한 단체와 상점들을 위해 사무실 밖을 나서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의 인식 변화 데이터를 모으고,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지런히 보도자료를 만들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자리들을 마련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행정과도 어떻게 하면 잘해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녹소연의 하루는 오늘도 빠르게 흘러간다. 관심이 없다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올 수가 없다면 찾아가는 방식으로, 종이팩이 화장지가 되는 소중한 자원임을 아직 모르는 미래의 녹색 소비자들을 지금 만나러 간다. “우리 집 앞에서 자원순환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는 우선 그렇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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