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서 탄생한,
카페라떼클럽의 마을과 함께하는 
종이팩 분리배출 순환 모델

김지현

카페라떼클럽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2019년 어느 날, 카페라떼클럽이 탄생했다. 종이팩을 따로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건 SNS에 지인이 올린 게시물을 본 날이었다. 동 행정복지센터에 종이팩을 가져가 화장지로 교환했다는 게시물을 보고서 처음엔 의아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알고 보니 음료를 담은 포장용기인 종이팩은 잘 재활용하면 화장지가 될 수 있는 고품질 자원인데, 종이팩이 잘 모이지 않으니 수거량을 올리고자 구 별로 종이팩 수거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종이팩이 종이가 아니라니?! ‘학교에서는 왜 종이팩을 따로 배출하라고 알려주지 않았을까?’, ‘왜 분리배출 전에 재활용 마크를 확인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이걸 몰랐나 억울해졌다.


사실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종이팩을 화장지로 교환하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았다. 1,000ml 종이팩 35개를 가져가면 화장지 1~2롤로 교환해준다고 하는데, 일반 가정집에서 종이팩 35개를 모으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개인에게 종이팩을 일정량 모아서(1kg 단위로 맞춰) 배출하라는 지금의 교환정책은 대단히 소극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팩이 자원이 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건 아까웠다. 개인이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종이팩을 많이 배출하는 곳에서 종이팩을 수거해 모아서 배출하면 좋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대상은 바로 좁혀졌다. 바로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곳, 카페! 라떼류를 만들 때 우유가 많이 사용되니 카페와 결합해 마을에서 종이팩 분리배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넌 그게 재미있니? 네가 재미있다면 한번 해보자!


상상했던 실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우유팩이 많이 나오는 카페에서는 종이팩을 잘 헹궈 펼쳐 말려놓고, 이렇게 가게에 모인 종이팩을 마을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수거하고, 거점 공간(종이팩 정거장)에 모아두었다가 일정량이 쌓이면 동 행정복지센터에 가져가 화장지로 교환하고, 교환한 화장지를 마을 내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버려질 뻔한 종이팩을 구출해 화장지가 되도록 재활용 트랙에 넣는 것뿐 아니라, 교환한 화장지는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실험’,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활동에 가게가 선뜻 참여해줄지, 주민들이 가게를 찾아가 정기적으로 수거할 수 있을지에 관한 불확실성 때문에 더더욱 ‘실험’이라는 단어를 고집했다. 머리에 떠도는 생각들을 카페라떼클럽 공동 기획자인 세모(이세형)에게 말했더니 대번에 “넌 그게 재미있니?”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내 말에 세모는 한숨을 쉬면서도 “그래, 네가 재미있다면 한번 해보자!”며 힘을 실어줬다. 우리는 그렇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마침 (재)숲과나눔에서 시민 아이디어 지원사업 풀씨 3기를 모집하고 있어, 머릿속 생각을 계획서로 구체화시켜 지원했다. 풀씨 사업에 신청하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가볍게 지은 이름이 지금까지 프로젝트 팀명으로 쓰고 있는 ‘카페라떼클럽’이다. 사업에 선정되자 실험 진행에 속도가 붙었다. 참여가게를 모집하기 위해 종이팩 분리배출 순환 구조를 설계하면서 간단한 홍보물을 제작했다. 앞장에는 ‘폐지로 배출하면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데 동 행정복지센터로 가져가면 화장지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뒷장에는 참여가게와 주민의 역할에 맞게 종이팩 분리배출 방법과 수거 방법을 세세하게 담아냈다. 지금 보니 리플렛을 복잡하게 만든 것 같다. 지금은 우유팩이라는 단어를 종이팩으로 수정했다. 우유 외에도 종이팩에 두유, 막걸리, 쿨피스 등 다양한 음료가 종이팩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포장재 정식 명칭이 ‘종이팩’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어 ‘종이팩’ (일반팩 / 멸균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2019년 가을, 5주 동안 양림동과 도산・송정동 2개 마을에서 각 10곳의 가게를 모집해 총 21곳의 카페와 베이커리에서 종이팩 분리배출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가게가 종이팩 분리배출 실험에 흔쾌히 참여하겠다 의사를 밝힌 건 아니었다. 단시간근로자에게 추가 업무를 줄 수 없다거나, 종이팩을 헹궈서 버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약 60% 정도는 한번 해보겠다며 참여 의사를 밝혀주었다.


그렇게 5주간 매주 한 번씩 참여가게를 돌며 종이팩을 수거했다. 21곳의 카페와 베이커리에서 5주간 모은 종이팩과 별도 이벤트를 통해 받은 종이팩을 더하니 약 4천여 개 정도였다. 이때 모은 종이팩을 화장지로 교환하니 약 120롤. 화장지는 도산동과 양림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환경교육을 진행한 뒤 전달했다. 물음표를 갖고 시작했던 실험은 느낌표로 바뀌었다. ‘이게 되네!’

카페라떼클럽 @양림 팀(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의 수거 모습

다른 마을에서도 이 수거 모델이 돌아갈까?


2019년 종이팩 분리배출 실험은 나름의 성과와 함께 새로운 고민을 안겨줬다. ‘종이팩이 종이가 아니라고? 그럼 뭔데?’ 이 질문으로 카페라떼클럽 활동이 시작한 것처럼, 카페라떼클럽 기획자가 아닌 마을 주민이 주도해도 이 순환 모델이 정착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2020년에는 이 모델을 실험할 마을을 모았다. ‘마을과 함께하는 종이팩 분리배출 실험’, 여전히 실험이라는 단어를 껴안고 풀씨 다음 단계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사업화하는 ‘풀꽃’ 사업으로 각자의 마을에서 변화를 만들 팀을 모집했다. 마을 팀 모집 조건으로 주 1회 종이팩 수거를 10주 동안 할 수 있어야 하고, 종이팩 비치 공간이 있어야 하고, 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정기 회의에 참여해야 함을 명시했다. 모집 단위는 2명 이상의 동네 주민으로 구성된 팀으로 정했다. 카페라떼클럽이 2명의 개인이 모여 작은 실험을 해낸 것처럼, 마을에서의 실험도 동네 주민 2명이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0년에는 10주 간 총 6군데 마을에서 종이팩 분리배출(수거) 실험을 진행했다. 남구 양림동은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북구 일곡동은 한새봉 마을 활동가들이, 광산구 송정동과 월곡동은 각각 마을 주민들이, 동구 예술의거리 일대는 징검다리배움터 늘품 학생들이 맡았다. 코로나로 움츠러들었던 2020년이었지만, 10주간의 실험에 총 50곳의 가게가 참여해 약 340kg의 종이팩을 수거했고, 화장지 660롤로 교환해 각 마을에서 선정한 필요처에 전달했다.


2년차에 접어들면서 달라진 점은 ‘카페’라는 단어 대신 ‘가게’라는 단어를 쓰게된 것이다. 카페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종이팩이 배출되고, 그곳 역시 실험에 함께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베이커리도 할 수 있고, 쿨피스가 나오는 떡볶이 가게도 할 수 있고, 목욕탕도 할 수 있어서 카페라떼클럽 참여가게 안내물을 만들 때 카페 대신 “우리 가게는 종이팩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참여가게 인증판 예전 버전(왼쪽), 현재 버전(오른쪽)

카페라떼클럽 기획자 단둘이서 할 때보다 더 많은 방식으로 활동이 이어졌다. 어떤 팀은 자원활동가들이 수거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이 같이하기도 하는 등 수거 주체도 다양해졌다. 덕분에 이 수거 모델이 다양한 주체와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수거한 종이팩을 모아두는 ‘종이팩 정거장’도 제각각이었다. 주민 활동가 집 마당을 활용하는 팀이나 사무실 앞에 별도 수거함을 놓고 오가는 이들에게 종이팩 재활용을 알리는 팀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참여가게와 주민이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종이팩을 수거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쌓이는 곳이 많다. 자주 보다 보면 마스크를 써도 눈만 보면 누구인지 알고 눈빛으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마을에 아는 사람이 생겨 좋다는 말도 들린다. 종이팩 분리배출 순환 모델은 단순히 종이팩을 살리는 자원순환에 그치지 않고, 우리 마을에 아는 사람을 하나 더 만드는 하나의 관계 맺기가 가능한 활동 같다.


마을에서 이 모델이 돌아가는구나!


약속된 10주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참여했던 다섯 개 마을의 종이팩 수거 활동은 계속됐다. 마을 활동가들과 소통하는 단톡에는 새로 가게를 섭외하러 다닌 이야기, 수거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시간이 지나며 점점 쌓여갔다. 그렇게 종이팩 수거는 마을의 정기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 기획자들에게는 새로운 질문이 찾아왔다. 간단한 수거 모델이니만큼 광주 내에서나 다른 지역에서도 1년 사이 카페라떼클럽의 수거 모델을 참고해 종이팩 수거를 시작하는 곳들이 생겼다. 하지만 ‘가게에서 깨끗하게 종이팩을 배출하지 않아 씻느라 고생한다’, ‘수거 동선이 너무 커 활동이 어렵다’와 같은 이야기가 들려왔다. ‘마을 가게에서 종이팩을 수거한 뒤 모아뒀다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화장지로 교환, 교환한 화장지를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 이 간단한 구조만 전달되었지, 초기 카페라떼클럽 활동가들이 부딪힌 시행착오를 답습하는 식으로 모델이 퍼지고 있었다. 우리가 고민했던 것, 중요하게 생각한 게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하고 알려주고 싶었다.


카페라떼클럽의 종이팩 분리배출 순환 모델은 간단하다. ‘우리 마을에서도 시작해볼까?’ 생각해볼 만큼 진입 문턱이 낮다. 시작하는 팀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위해 누구나 쉽게 따라 하게 활동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공유했다. ‘종이팩을 잘 씻고 펼쳐 말려놓는 건 참여가게의 역할이라는 것’, ‘주민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수거한다는 것’과 같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영상에 담았다. 비슷한 활동을 고민하는 팀에게 연락이 오면, 대부분은 이 영상 링크를 보내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다.


그 외에도 종이팩 자원순환 캠페인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했다. 우선, 기존 행정에서 배포하는 분리배출 포스터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선을 끄는 포스터를 만들고 싶었다.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크게 넣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그럼 뭔데?”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게 디자인했다. 포스터 구석에는 종이팩은 별도 분리배출해야 하는 품목이고, 재활용하면 화장지가 되는 자원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낮은 재활용률, 지자체 종이팩 교환사업 등 알리고 싶은 정보는 많았지만 ‘종이팩류가 별도로 있다, 종이류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어디에 붙어 있어도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을 택했다. 카페, 제로웨이스트샵, 커뮤니티센터, 그리고 교실 뒤편에 들어가도 어울리는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미주님이 고생해주셨다.

포스터는 광주광역시에 한정하지 않고 전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포스터 원본 이미지 파일을 온라인에 게시하되 내려받을 때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인지 구글폼에 입력하고 다운로드하게 했다. 그렇게 하니 자연스레 포스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인천의 학교, 대전의 아파트 분리배출장, 울산의 시민단체, 인천의 마을 커뮤니티센터, 도서관, 카페, 제로웨이스트샵. 전국의 200곳이 넘는 곳에서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캠페인 포스터가 종이팩 재활용을 열심히 알리고 있다.


*캠페인 포스터 다운로드(클릭→) : bit.ly/종이팩_캠페인포스터



마을 행사와 결합한 종이팩 수거 캠페인


한편 종이팩 재활용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마을 행사와 결합해 종이팩 수거 캠페인을 시작했다. 첫 시작은 2020년 5월 일곡동 한새봉에서 열린 개굴장이었다. 용량에 상관없이 종이팩 10개를 모아오면 장터에서 쓸 수 있는 화폐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마을 장터와 결합한 종이팩 수거 캠페인은 처음 시도하는 거라 누가 얼마나 가져올지 가늠이 되지 않아 불안했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되는 3시 이전부터 부스 앞으로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았다. 본인들이 가정에서 마신 작은 사이즈의 우유팩, 주스팩을 들고 말이다. 놀랍게도 참여자 대부분이 안내된 대로 종이팩을 잘 씻고 펼쳐 말린 채로 가져왔다. 이날만 총 65팀이 종이팩 수거 캠페인에 참여했고, 약 932개의 종이팩을 수거하는 쾌거를 올렸다.


종이팩 교환 이벤트는 단순히 즐거운 캠페인이 아니라 종이팩 분리배출을 홍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대부분이 종이팩을 재활용하면 화장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캠페인 부스를 운영하는 동안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종이팩 교환사업도 알리고, 마을에서 종이팩 수거를 고민하는 그룹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종이팩 수거량이 많지 않아도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종이팩 교환 이벤트를 몇 번 하다보니 나름 소문이 났는지 전국에서 장터를 열거나 자원순환 축제를 할 때마다 종이팩을 수거하는 곳이 늘어났다. 그냥 수거하기도 하고, 행사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이나 물품으로 교환해주기도 한다. 광주에서도 한새봉 개굴장, 삶디센터의 보자기장, 청소년센터 축제들에서 종이팩 수거 이벤트가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다양한 곳으로 종이팩 수거 이벤트가 퍼지는 모습을 보니 처음 시도하길 잘했다 싶었다. 카페라떼클럽은 주먹구구로 진행했지만 세련되게 대형 종이팩 수거함을 만들어 수거하는 곳도 있고, 재미있는 이벤트와 진행하는 곳도 많아서 흥미로웠다.

한새봉 개굴장(사진 1-2), 삶디센터 보자기장(사진 3),  마르쉐 광주(사진 4-5)

종이팩 할 만큼 하지 않았어?


2021년, 3년 차에 접어드니 종이팩 캠페인 할 만큼 하지 않았냐고 묻는 이들이 많아졌다. 투명페트병, 커피박 등 다른 자원도 고민하라 한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여전히 행정의 종이팩 정책과 제도는 잘 돌아가지 않고, 종이팩 수거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종이팩류로 별도 분리배출해야 함을 모르는 시민도 아직 많으니, 교육과 홍보 면에서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종이팩에 집중하다 보니 시스템의 허점도 더 잘 발견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해야 할 일이 더 보였다. 매번 그랬듯 다양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리고 2021년은 그 고민과 질문을 풀어나가는 해였다.


종이팩을 정기 수거하는 마을도 늘어났다. 매주 수행하듯 종이팩을 수거하는 양림동의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를 필두로 광주의 열두 개 마을에서 카페라떼클럽@ (@양림, @일곡 형태) 활동이 진행되었다. 수거 활동도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었다. 광주광역시 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는 매월 청소년 종이팩 수거단을 모집해 자원봉사 형태로 진행한다. 참여 청소년은 달라지지만, 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종이팩 재활용에 대해 알게 되는 교육 대상자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광산구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시나브로’에서는 카페라떼클럽 활동을 발달장애 청소년 대상 교육의 확장판으로 발전시켰다. 종이팩을 수거하는 행위는 자주 보는 사람을 만들어 인사와 의사소통 방법을 연습하는 계기로 삼았고, 참여가게로부터 가끔 펼치지 않은 종이팩을 수거해 일부러 씻고 펼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가위질이 소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시나브로 청소년들은 마을축제 때 종이팩 배출 과정을 시연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종이팩을 헹구고, 펼쳐서 말리는 일련의 과정을 재현한 뒤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카페라떼클럽 기획자 두 명이 수거 모델을 확장해갔다면 단편적인 모델만 나왔을 것이다. 참여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각자의 특색에 맞는 방식으로 변주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예전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고 조바심 냈다면, 이제는 중요한 지점만 놓치지 않으면 ‘그 마을 상황에 맞으면 됐지!’, 하고 생각이 유연해졌다. 어떤 활동이든 평생 지속되길 바랄 수 없지만, 그 마을의 주기에 맞춰 종이팩 수거 모델이 잘 활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종이팩 수거 모델 적용그룹도 그새 전국으로 늘어났다. SNS로 활동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사례 공유를 한 덕이었다. 천안, 평택, 경주, 포항,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카페라떼클럽 수거모델의 변주된 각자만의 활동을 이어간다. 천안녹색소비자연대에서는 참여 가게를 ‘지구와함께가게’, 울산불교환경연대는 ‘지구랑같이가게’ 라고 이름 지어 운영한다. 종이팩을 화장지나 종량제 봉투로 교환해서 전달・기부처도 마을마다 다르다. 광주의 카페라떼클럽@ 마을의 경우, 종이팩과 교환한 화장지를 여성자활센터에 기부하거나 여성민우회 쉼터에 기부하기도 하고, 반찬 배달을 받는 돌봄 가정에 끼워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곳으로 전달하고 있다. 자원순환의 의미를 함께 기억하자고 참여 가게에 주기도 한다. 기부처를 고민하는 팀이 있으면 카페라떼클럽 기획자들이 지역 시민단체와 연결해주고 있다.

 카페라떼클럽 기획자 세모와 왕꽃

다음 작업은 무엇이 될까?


2022년 목표는 종이팩 분리배출 관련 전국 사례를 모으는 작업이다. 전국의 다양한 종이팩 자원순환 실천 사례를 찾아 활동 이야기와 프로세스를 정리해 종이팩 자원순환을 고민하는 곳들에서 참고하게 하고자 한다. ‘우리도 이렇게 해보면 되지 않을까?’ 상상해볼 수 있는 종이팩 자원순환 실천활동의 기초 참고서처럼 말이다. 사례 인터뷰는 책자와 온라인 매거진 형태로 공유될 예정이다. (웹사이트 www.cafelatteclub.com) 모든 사람이 처음 단계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개척한 길이 있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주해서 실험해보면 좋겠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종이팩 자원순환 활동을 실천하는 팀들과 다음 단계를 함께 논하고 싶다. 이렇게 곳곳에서 종이팩을 수거해도 종이팩 재활용률은 왜 계속 낮아지는지? 시민들이 쉽게 종이팩을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종이팩 재활용 제도 개선과 제대로 된 재활용 체계 마련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높일 그룹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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