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은 종이팩을 모아가면
화장지로 교환해줘요?!
지자체 종이팩 교환사업 모니터링

김지현

카페라떼클럽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동 행정복지센터나 읍・면사무소에 종이팩을 가져가면 화장지나 종량제봉투 등으로 교환해주는 ‘종이팩 교환사업’ 또는 ‘종이팩 수거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2021년 11월 멸.종.위기 캠페인에서 진행한 <지자체 종이팩 재활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29개 지자체 중 176곳, 약 77% 지자체가 종이팩 교환사업을 진행한다. ‘깨끗하게 헹궈 말린 종이팩을 동 행정복지센터에 가져가면, 배출량에 맞춰 보상품을 제공하는 것’. 복잡할 것 없는 구조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종이팩 교환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의 생생한 후기가 들려왔다. 종이팩을 들고 갔는데 화장지가 없어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부터 냉소적인 직원의 태도까지. 좋았다는 후기보다는 아쉬움과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후기들은 지역에서 종이팩 자원순환 활동을 이어온 왕꽃(김지현)과 세모(이세형), 두 명의 카페라떼클럽 활동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야기만 듣지 말고 가서 보자고.”


카페라떼클럽은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간 광주광역시 97개 동 행정복지센터를 돌아다니며 종이팩 교환사업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화장지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인 종이팩을 재활용하는 일에 열심히 동참한 주민들이 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갔다가 직원들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니터링에 나선 것이다.


종이팩을 배출하러 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주민 1인의 역할을 97번 수행한 카페라떼클럽 활동가 두 사람은 실제 구별로, 동별로 교환 기준과 수량이 상이한 걸 확인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민원인을 사무 공간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교환대장 서류를 작성하게 하거나 창고로 데리고 가 교환 품목을 내어주기도 했다. 종이팩 배출량을 기록하는 방법도, 무게를 측정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수를 헤아리고, 어떤 곳은 체중계로 무게를 재고, 어떤 곳은 눈금 저울을 가져와 무게를 쟀다. 동 행정복지센터의 재량에 따라 종이팩 교환사업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 것이다.


카페라떼클럽의 기획자인 왕꽃과 세모는 종이팩 교환사업 모니터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모니터링 항목과 순서만 숙지하면 어느 지역에서든 누구나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모니터링 이후 활동에 있다. 종이팩 교환사업 모니터링을 통해 그들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정말 97개 동을 갈 수 있을까?


처음엔 동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종이팩 교환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것만 못하다 판단했다.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광주광역시 종이팩 교환사업 실태조사서>를 작성해 5개 구(광주광역시는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총 5개 자치구로 구성) 자원순환 담당자를 만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97개의 동 행정복지센터를 돌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 돌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아 한 번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우리가 세운 모니터링 규칙은 간단하다. 종이팩 캠페인을 진행하는 활동가가 아닌 종이팩을 교환하러 간 시민의 입장에서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는 것. 각 구별로 제시하는 종이팩 1kg 기준(예: 종이팩 1,000ml 35개)을 챙겨서 동 행정복지센터에 찾아 담당자가 어떻게 응대하는지 전 과정을 살펴봤다. 마치 암행어사처럼 한 명의 시민 입장에서 종이팩 교환사업을 모니터링한 것이다.


모니터링 항목도 간단했다. 담당자가 종이팩 교환사업 취지와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가? 지체 없이 바로 응대가 가능한가? 교환 품목은 잘 관리되고 있는가? 교환 기준에 따라 정해진 수량을 제공하는가? 종이팩 교환사업 내용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비치해 두었는가? 정도이다. 차를 렌트해 그동안 모은 종이팩을 한가득 싣고 광주를 도는 여정이 시작됐다.

모니터링 첫날, 동구의 13곳 동 행정복지센터를 돌았다. 동 행정복지센터에 들어가서는 종이팩을 교환하러 왔다고 알리고 담당자가 나타나면 종이팩 배출량을 함께 기록했다. 수거된 종이팩이 어디로 보내는지 문의하기도 했는데 그 질문을 하면 열이면 열 “어디서 오셨냐”며 경계했다. 모니터링 결과는 동 행정복지센터를 나오자마자 바로 작성했다. 동과 동 사이 거리가 짧아서 어떤 곳은 5분 만에, 어떤 곳은 3분 만에 도착하기에, 모니터링한 내용이 섞이거나 잊지 않으려면 바로 기록해야 했다.


종이팩 교환 전과 후에는 인증 사진을 찍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인지 사진만 보고는 어느 동의 모습인지 알기 어려워 찍은 시간을 확인하면서 사진을 정리하기도 했다. 다음 날부터는 사진 기록하는 방식을 바꿨다. 종이팩을 교환하기 전후로 사진을 찍되 동 행정복지센터 간판이 잘 나오게 찍기로 한 것이다. 교환 전에는 종이팩을 들고 촬영하고, 교환 직후에는 교환 품목을 들고 촬영했다.


종이팩을 들고 찾아가면 바로 응대가 가능한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한참 공문을 뒤적거리거나 구청의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세부 내용을 확인하기 일쑤였다. ‘종이팩을 받고 수량을 확인해 교환물품을 준다.’ 굉장히 단순한 내용인데 담당자가 있어야만 바로 응대가 가능하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종이팩’이라는 용어를 낯설어하기도 했다. 종이팩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우유팩이요?” “종이팩이 뭐예요?” 하고 물어왔다. 담당자 외에는 사업명도 제대로 모르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종이팩을 화장지로 교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도심에서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운 것도 시간 소요에 한 몫 했다. 충실한 모니터링이 진행되려면 하루에 10곳 미만으로 방문하는 게 좋겠다 판단했다. 그렇게 아홉 번의 모니터링을 통해 광주광역시의 5개구 97곳 행정복지센터 전체를 방문할 수 있었다.


드러난 실태, 여전한 핑계


종이팩을 들고 가서 교환하러 왔다고 말하면 누군가 나와서 응대를 해준다. 간혹 사업 내용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공문을 다시 찾아보는 경우도 있었다. 상시적으로 주민들이 교환하러 오는 곳은 즉각 응대가 가능한데 담당자가 출장 등의 사유로 부재했을 경우 응대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심지어 많은 곳에서 민원인을 사무 공간으로 들어오게 했다. 창구에는 ‘출입금지’라고 적혀있는데도 안쪽으로 들어오라며 민원인을 사무 공간으로 불러들였다. 직원은 앉아있고, 민원인은 옆에 서있는 구도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민원인을 응대하려면 창구 밖으로 본인이 나와야 하는데 사무 공간에서 수량을 체크하고, 서류를 작성한 뒤 민원인을 데리고 야외나 지하 창고로 데려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종이팩 교환사업에 참여하는 주민을 맞이하고 응대하는 공간과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동 행정복지센터마다, 담당자마다 교환 수량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종이팩 교환사업은 광주시가 예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것이라, 5개 구가 같은 기준으로 운영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각 구별로 예산과 방향을 다르게 설정해 교환 기준에 따른 수량도, 교환 방식도 달랐다.

현재의 교환 기준대로라면 동구는 종이팩 1kg 당 화장지 2롤로 교환해줘야 한다. 그런데 멀리서 왔다며 3롤, 5롤을 주는 곳이 있었다. 서구는 1kg 당 1롤로 교환해주다가 중간에 2롤로 교환하는 것으로 기준이 바뀌었는데(2021년 상반기), 담당자가 숙지를 못 하고 있어서 도리어 종이팩을 가져온 사람에게 “몇 롤로 바꿔주면 되느냐”며 묻기도 했다. 또 어떤 곳은 특별한 이유 없이 3롤, 4롤, 5롤, 10롤 씩 교환해주기도 했다. 10롤 씩 주면 더 좋은 것 같지만, 담당자가 임의로 결정해서 제공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니 지양해야 한다. 게다가 구에서 내려 보낸 내용이 동 행정복지센터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게 맞는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구 단위에서 화장지 재고 상황을 파악해서 융통성 있게 관리·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질책하고 무시하고 얕보고… 이대로 괜찮나?


지역의 제로웨이스트샵이자 자원회수센터를 운영하는 송정마을카페 이공(이하 “이공”)에 종이팩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보상이 없어도 동 행정복지센터보다는 이공에 종이팩을 가져다주고 싶다는 것이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들은 동 행정복지센터에 종이팩을 들고 갔다가 불편한 경험을 한 번씩 겪었다. 너무 사무적이어서, 질책하는 것 같아서, 비웃는 것 같아서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화장지 한 롤 받겠다고 종이팩을 모아간 것도 아닌데 ‘교환하러 온 사람’ 취급하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들의 경험과 반응은 우리가 종이팩 교환사업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종이팩을 모아 간 시민들 입장에서는 “고생하셨네요.” “어떻게 이렇게 모으셨어요?”처럼 대단하진 않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는 듣고 싶었을 것 같다. 단순한 인사치레에 불과할지라도 예의상 건네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듯 종이팩을 씻고 말려 가져온 내 고생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채 사무적으로만 응대해 도리어 낙담하고, 불편감을 느낀 것 같다. 학교 선생님들이 해준 이야기도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프로젝트로 한 달 동안 종이팩을 모아서 학생들과 함께 동 행정복지센터로 가져갔더니 따뜻한 말 한 마디 없이 사무적으로 대해서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전해들은 이야기도 제법 있었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로 모니터링을 시작했음에도 우리조차 마음에 걸리는 불편한 말들이 제법 있었다. 종이팩 1kg을 딱 맞춰 갔는데도 어떤 담당자는 “겨우 이거 가져오신 거예요? 이 정도 양이면 화장지 1롤 밖에 안 돼요” 하며 웃었고, 다른 담당자는 “딱 봐도 1kg 안 돼 보이네요. 제가 1kg 가져오신 걸로 해드릴게요” 하며 선심 쓰듯 말하기도 했다.


모니터링 항목에 감사인사 섹션이 있었다. 하지만 금세 무의미해졌다. 어느 동 행정복지센터를 가도 감사 인사를 건네는 곳이 없어 줄줄이 X표를 입력하고 있었다. 단 한 곳, 서구 광천동 행정복지센터만 “이렇게 모으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하고 말을 건네왔다. 동 행정복지센터는 물론 자치구 입장에서는 종이팩 재활용이 잘 되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발적으로 종이팩을 깨끗하게 씻고 말려서 가져오는 시민들을 ‘자원순환 실천가’로 보고, 거기에 맞게 응대해야 하는데 ‘화장지 받으러 온 사람’ ‘불편한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응대하는 게 눈에 보였다.


종이팩을 화장지로 되살릴 수 있다는 말에 열심히 동참했을 텐데, 종이팩을 씻고 말려서 가져오는 데 들어간 수고를 알아주지 않고, 빈말로라도 “고생했다”라는 말 한 마디 듣지 못하는데 누가 매번 이렇게 동 행정복지센터로 종이팩을 배출하러 갈까? 구와 동 행정복지센터는 자원순환 실천가로 변모한 주민들이 종이팩 재활용에 기여하는 보람과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서적 응대에 힘쓸 필요가 있다. 말 한 마디로 종이팩 재활용에 동참하는 주민 수가 늘어나고, 기존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꾸준히 동참해 각 구별 종이팩 재활용률이 올라간다면 동 행정복지센터 차원에도 좋은 일일 것이다.


모니터링 경험이 주는 힘이 있다. 97개 동 행정복지센터를 모두 모니터링하지 않았다면 잘 하는 곳도 있는데 거길 갔느냐며 “다 그러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자원순환 담당자의 변명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동 행정복지센터를 살펴봤으니 그 내용을 근거로 잘못된 점은 잘못됐다 지적하고, 보완해야 할 점은 분명하게 제언할 수 있었다. 이번 경험으로 답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냥 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막상 모니터링을 다녀보니 처음엔 생각하지 못한 응대 공간에 대한 고민도 생기고, 매뉴얼화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광주광역시가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으면


3개월 간의 모니터링 결과를 들고 5개구 자원순환 담당자를 만나러 갔다. 자료를 건네며 들은 대답은 엇비슷했다. “동에서 잘 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구청 담당자가 말하는 ‘잘’의 기준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 것인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깨끗하게 씻어서 말린 종이팩을 모아서 가져가도 아무도 고생했다, 감사하다 한 마디를 건네지 않고, 민원인을 불러 창고로 데려가고, 재고 관리가 되지 않아 교환을 못 해주기도 하고, 각각 다른 수량으로 화장지를 교환해 주기도 한다고 했더니 “그날이 특별했나 보다”라며 응수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특별한 날을 골라 가는 게 아니라 언제 어느 때고 갈 수 있는데 동 별, 담당자별로 교환 기준과 수량이 상이해서는 안 된다. 카페라떼클럽에서 각 자치구에 제언한 건 다음과 같다.

주된 요청사항은 종이팩을 교환하러 시민이 찾아왔을 때 하는 기본 응대 매뉴얼을 모든 동 행정복지센터에 동일하게 전달해달라는 것이다. 같은 서구인데도 어느 동은 종이팩 1kg을 화장지 1롤로 교환해주는데, 다른 동은 5롤로 교환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어느 동 행정복지센터를 가도 똑같은 수량, 똑같은 내용, 똑같은 방식으로 응대를 받으면 시민들도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제언 이후 어떤 것이 변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고민도 해본다. 이벤트의 한 형태로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을 진행해본다면? ‘종이팩 배출하러 가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종이팩 배출 주간을 정해서 가까운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고, 직원이 어떻게 응대했는지 기록한 내용과 사람들의 반응을 수집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구청 직원들이 이벤트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런 걸 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여러모로 의미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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