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떼클럽 모델 적용 사례 2
광산구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시나브로'

광산구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시나브로’는 광산구청소년수련관이 운영하는 특별지원형(장애형)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로, 돌봄과 학습 지원이 필요한 지역의 아동・청소년(초등 4학년~중등 3학년) 20명을 대상으로 기초 학습지원과 사회성 훈련을 통한 사회 적응을 지원해온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이다.

 

시나브로에서는 2020년부터 수련관 일대의 카페에서 청소년, 교사, 학부모가 합심해 종이팩 수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들의 활동은 수련관 내 또 다른 청소년 환경동아리의 종이팩 수거 활동 역시 촉발시켰다. 종이팩 수거 활동을 시도한 광산구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박지연 팀장님을 만나보자.

어떻게 시나브로에서 종이팩 수거를 시작하게 됐나요?

발달장애 청소년과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사례를 찾다가 카페라떼클럽의 종이팩 수거 활동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자원순환’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와 어우러져 함께 할 수 있는 게 뭘까 찾다 수련관 다른 직원의 소개로 이 활동을 알게 된 거죠.


2020년 처음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어떤 식으로 활동이 진행됐나요?

다른 마을에서 하는 것처럼 참여 가게를 찾아가 섭외하는 건 청소년 지도사들이 진행했어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 실제로 아카데미에 청소년들이 올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참여 청소년들의 특성을 고려해 기본적인 구조는 청소년지도사들이 만들고, 이후에 청소년들과 함께 하고자 했어요. 하지만 1년 가까이 청소년들이 아카데미에 올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거라 생각 못했죠. 2020년 상반기는 청소년 지도사들이 수거 모델을 익히고 참여 가게와 관계를 쌓는 시간이었어요. 대신 종이팩을 어떻게 씻고 배출해야 하는지 방법을 영상으로 찍어 청소년들이 집에서 부모님과 실습할 수 있게 가이드를 만들었죠. 나중에 수련관에 올 때 가정에서 나온 종이팩을 가지고 올 수 있게 안내하면서요.

시나브로 청소년들의 수거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나요?

2020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종이팩 수거 활동을 시작했어요. 아카데미가 2개반으로 나눠지는데, 매주 한 번씩 2조로 종이팩 수거 활동을 이어갔죠. 참여 가게 중 종이팩을 씻긴 하되, 잘라서 펼쳐 주지 않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있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시나브로에서 직접 잘라보기로 했어요. 사실 가위질이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돼요. 무언가를 만들 때, 요리할 때도 가위가 요긴하게 쓰이잖아요. 물건을 집거나 하는 작은 행동도 손에 힘이 있어야 해낼 수 있는데, 가위질로 이런 힘을 키워주는 거죠. 청소년 지도사들이 함께한 가운데, 수거한 종이팩을 청소년들이 가위로 자르고 깨끗한지 검수까지 진행했어요. 종이팩 양이 많을 때는 부모님들이 오셔서 팔 걷어붙이고 함께 자르는 걸 도와주기도 하셨어요. 아무래도 가위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금은 청소년들의 가위질이 엄청나게 늘었답니다. (웃음)


잘 마른 종이팩을 정리하는 것도 청소년들의 몫이에요. 실내 축구 골대를 활용해 종이팩 개수를 세보기도 하고, 정리하는 작업도 했어요. 종이팩 수거와 정리가 즐거운 습관이자 놀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참여하는 시나브로 청소년들과 부모님의 반응은 어때요?

사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는 활동이 제한적인데, 이 활동을 통해 바람도 쐬고 카페에 가서 인사할 수 있어 좋아했어요. 하지만 벌써 수거 활동을 청소년들이 이어간 지 2년이 됐는데요. 이제는 조금 지겨워해요. 같은 활동을 반복하는 걸 어려워하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매번 새롭고 재미난 일만 할 수 없다’, ‘귀찮은 일도 해내야 한다’를 배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작게나마 일상을 꾸려나가는 힘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자라나는 이 지구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세요. 그 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활동하며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종이팩 수거 활동은 항상 청소년 지도사의 동행하에 이루어져요.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어느 날 수거 활동을 준비하는데 청소년들이 사라진 거예요. 정말 난리가 났죠. 알고 보니 수거하는 루트가 익숙하니, 자기들끼리 그날 가기로 한 카페 3군데를 다 돈 거예요. 카페 사장님들도 오늘은 왜 청소년들만 왔나 의아했다지만, 익숙하게 모아놓은 종이팩을 건넨 거죠. 인사도 아주 잘했다고 해요.


정말 가슴 철렁한 시간이었어요. 수거 루트가 익숙하더라도 꼭 함께해야 한다 신신당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많이 컸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전상의 이유로 돌보고, 어쩌면 통제하려는 우리의 방식을 잠깐 돌아보기도 했어요.


시나브로 활동이 청소년수련관에 가져온 변화도 있다면서요?

정말 우스갯소리처럼 여기가 종이팩 모으는 공장 같다고 말했어요. 다들 숙련된 가위질로 종이팩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그렇게 2년을 보내다보니, 시나브로의 활동이 수련관에 작은 변화의 씨앗을 만들었어요. 이제는 비장애 청소년들도 종이팩 수거 활동을 진행해요. 종이팩이 나오는 가게들은 여전히 많으니까요. 심지어 그 동아리는 우수 활동으로 상도 받았어요.

발달장애 청소년이 함께하는 종이팩 수거 활동의 이점은 무엇인가요?

종이팩의 자원순환도 중요하지만, 시나브로 청소년들이 바깥 활동을 하면서 ‘우리들이 이런 자원순환 활동을 하고 있다’ 가시화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 활동으로 지역사회와 접점을 늘려가죠. 적어도 2년 동안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는 지역 가게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지역 주민들에게 발달장애 청소년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점으로 생각돼요.


청소년들도 자기가 머무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어떤 곳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해요. 비장애 친구들은 환경/자원순환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죠.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동참할 수 있는 자원순환 활동 모델이 있다는 게 반가웠어요. 


때때로 시나브로 친구들이 축제 때 종이팩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데, 어떻게 씻고 펼쳐야 하는지 그 한 가지는 기가 막히게 잘 가르치죠. 때로는 집에서 마신 종이팩을 들고 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사소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지를 느끼는 거죠.


시나브로 청소년들과 해보고 싶은 게 있으세요?

발달장애 청소년들에게는 밖으로 나가는 일상 활동 자체가 큰 의미가 있어요. 비장애 청소년에게는 일상이지만, 이들에게는 친구들끼리 카페에서 음료 한 잔 마시는 것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이거든요. 발달장애 청소년 3~4명이 카페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걸 보기 힘들잖아요. 


수거 활동으로 익숙해진 참여 가게에 가서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먹는 여가 활동을 이제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얘기도 곧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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