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수거로 시작된 자원순환 포인트제,
'광주 북구 용봉동 자원순환포인트제 사례'

장현규

마을발전소 사무국장


삶의 터전인 지역과 마을에서 주민이 주인이 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여 생활을 변화시키는 ‘마을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단체 ‘마을발전소’. 주민들과 얘기하다보면 주택가와 상가가 많은 용봉동 특성상 단연 쓰레기 문제가 마을의 큰 골칫거리였다.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원순환해설사를 양성하고, 골목길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클린하우스를 운영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시도 끝에 마을의 자원순환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는 용봉마을 자원순환본부가 만들어졌다. 용봉마을 자원순환본부는 종이팩, 페트병, 폐현수막, 폐건전지, 모두 마을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로 교환할 수 있다며, ‘쓰레기는 자원이다’라고 오늘도 주민들에게 말을 건다. 그 용봉마을 자원순환포인트제의 시작은 종이팩이었다는 마을발전소 장현규 사무국장님을 만나보자.


종이팩 수거, 우리도 해볼까?


2020년도에 카페라떼클럽의 종이팩 수거 활동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이런 방식이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주민 분들에게 말씀드렸다. 이전에도 자원봉사 활동으로 인연이 있는 부녀회 분들과 통장님들 중 몇 분을 모아서 활동을 시작했다. 종이팩 분리배출에 참여할 카페를 모집하고, 정기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해 사무실에 모아놓는 형태였다. 연말이 끼어 있어서 자원봉사 형태로 몇 개월을 운영하고, 다음 해에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사업을 연계해서 활동 실비를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사업은 올해 4년차에 접어들었다.


비단 종이팩 수거 활동이 아니더라도 여러 영역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온 주민 분들이 계신다. 그 활동과 어떻게 차별성을 둘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차별성과 더불어 책임감을 부여하고, 본인들의 활동이 특별한 활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자원봉사 활동에 흔히 기대하는 희생정신에 기대지 않고, 노동의 가치는 일정 부분이라도 보상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서 일자리 사업, 활동비 지원 사업 등을 찾아 연계했다.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사업은 대개 교육 사업에 치중되어 있다. 주최 측에 우리의 활동이 자원순환 활동뿐만 아니라 주민 대상 교육 사업이자 마을 공동체에 자원순환 문화 확산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수반됐다. 실제로 종이팩 수거 활동은 자원순환 해설과 종이팩 수거 활동이 동시에 진행된다. 상가 분들을 만날 때에도, 초등학교를 방문할 때에도 종이팩을 왜 분리배출해야 하는지, 잘 배출한 종이팩이 어떤 자원순환 효과를 가져오는지 알려주는 자원순환 교육이 동반되기 때문에 확장된 개념의 교육 사업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교환 화장지 전달식 모습

처음 종이팩 수거 공간을 선정할 때 용봉동에 있는 전체 카페 리스트를 추출한 다음 한 팀 당 20군데를 배정했다. 그리고 마을 활동가가 카페를 방문해 종이팩 수거 활동을 소개하고 동참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 4개 팀이 100군데를 방문한 결과 긍정적으로 답변한 곳이 15곳에 불과했다. 욕심 내지 않고 한 팀 당 2곳~3곳을 담당할 수 있게 배정해 운영했다.


초창기에는 카페에서 종이팩을 ‘버리는’ 형태로 참여했다. 카페에서 종이팩을 깨끗하게 씻고, 펼치고, 말려서 모아주셔야 했는데 헹구지도 말리지도 않은 종이팩을 모아두기만 했었다. 처음 하는 활동이니, 가게에서 종이팩만 받아오면 된다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 직접 헹구고, 펼치고, 말리는 작업은 오롯이 마을 활동가들의 몫이 되었다. 그만큼 마을 활동가들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더 늘어났고, 결국 부담이 과중되어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생겨났다. 이후에는 상가에서 자체적으로 종이팩을 헹구고, 펼치고, 말려서 배출하는 곳들이 생겨났다. 그런 변화를 목격하면서 마을 활동가 분들이 뿌듯함을 느꼈다.


아직도 신중년 사업과 접목해 종이팩 수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8명이 활동하고 있다. 사업 기간이 아닐 때에는 자원봉사자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신중년 사업에 참여할 주민 활동가를 모집하면 자격에 부합하지 않아 탈락하는 참가자가 존재한다. 신중년 사업 대상자로 활동하다가 해가 바뀌어 비대상자가 된 주민 분들 중 사업이 마무리돼도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께도 어떤 식으로든 노동에 대한 보상을 해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된다.


마을에서 인연을 맺고 유지한다는 건


2020년 종이팩 수거 활동에 동참한 카페 중 여전히 종이팩을 잘 모아서 배출하는 카페가 많다. 활동을 하다 보면 “좋은 일 하시네요”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마을발전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도 많이 진행하고 있는데 “어린이와 함께 하는 활동이니 같이 해야겠다”며 동참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종종 어린이들과 종이팩 순환 가게를 방문해서 음료나 빵, 음식을 사먹곤 하는데 교육적으로 좋은 것 같다.


카페라떼클럽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은 것 중 하나가 참여 가게를 방문했을 때 한 마디라도 더 건네는 것이다. 빵집이나 카페를 가더라도 “여기 종이팩 기부해주는 곳 맞죠?” 하고 인사를 드리면 가게 주인 분들이 자랑스러워하신다. 지인들이 근처를 방문했을 때에는 참여 가게를 찾아가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있다.


용주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종이팩을 모아 마을발전소로 보내주고 있다. 학생들이 보내온 종이팩을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화장지로 교환한 다음 일부는 홍보차원에서 상가 분들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지역 소외이웃에게 나눠드렸다.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곳이 바로 용주초등학교다. 마을에서 활동하며 나름 신뢰가 쌓여 초등학교에서도 마을발전소에서 이런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응답해 주신다. 실제로 종이팩 수거 활동은 담임 선생님을 주축으로 학급 단위로 참여해주셨다. 학생들과 종이팩 분리배출 활동을 했다며 마을발전소에 종이팩을 가져다 줘도 되는지 연락한 선생님들도 계신다.


종이팩 분리배출 중인 용주 초등학교 학생들

마을 단위의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다


종이팩을 수거할 때에는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해 일일이 개수를 확인했다. 매번 수거 때마다 꽤 많은 종이팩이 모였고, 숫자를 세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주민공동체에서 자원순환 사업을 어떻게 주민들에게 홍보하면 좋을지,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리워드를 제공하면 어떨지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 이야기가 계속 언급되는 상황에서 이걸 마을에서 쓸 수 있는 지역화폐 차원의 포인트제와 연계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팩 용량과 개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정하고, 일정 숫자가 모이면 마을의 가게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상상했다. 아무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주민공동체에 제안을 했고, 주민공동체에서도 흔쾌히 동의해 주셔서 2021년부터 종이팩 수거 활동에 포인트제를 결합할 수 있었다.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은 종이팩으로 잡고, 2021년도 하반기에 포인트제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11월 즈음 포인트 통장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포인트를 품목별로 얼마씩 적립할 건지, 체계는 어떻게 잡을 건지 기준을 세웠다. 본격적으로 포인트제를 적용한 건 2022년부터다.

용봉마을 주민들의 포인트 통장

종이팩 수거 활동을 했던 게 용기를 줬던 것 같다. 수거해온 종이팩의 수량을 파악하는 게 크게 고생스럽지 않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에 포인트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종이팩을 수거하는 주민 분들이 페트병이나 병뚜껑 등 다른 품목을 수거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량을 체크하다 보니 얼마 정도의 예산이면 포인트제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이 왔다.


포인트 통장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주민 분들이 보고 재활용 할 수 있는 품목이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걸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는지 정리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도 고민했다. 어색하더라도 종이팩은 작은 거(1P), 중간(2P), 큰 거(3P)라고 표기했다. 모으는 자원의 쓰임도 알렸다. 폐현수막(2P)는 장바구니나 마대자루로 만들고, 에코백(10P)은 공유 장바구니로 활용하고, 포장용 에어캡 ‘뽁뽁이’(3P)도 우체국에서 재사용한다고 명시했다. 포인트 적립이 아니라도, 자원의 순환을 고민하는 주민들은 이 안내를 보고 기꺼이 참여할 거라 생각했다. 포인트제를 운영하며 수거 자원이 추가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포인트가 바뀌기도 한다. 그렇게 포인트 항목과 적립률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창구로 게시하고자 했다. 그런데 어린이나 어르신 등 QR코드로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고, 인쇄물 글자가 잘 안 보이는 분들도 있어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QR과 함께 아날로그 방식으로 지도로 만들었다.

통장에 들어 있는 자원순환포인트변환표

포인트 리워드는 주민공동체 속에 떠다니는 고민이었다. 자원순환포인트를 쓸 수 있는 참여 가게를 모으는 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종이팩 수거를 하면서 실제로 안면을 트게 된 가게들이 있다 보니 최소한 여기는 해주겠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공동체에 속해있는 상가번영회 회원도 있어서 상가번영회 회장님과 집행부와 논의했을 때 본인 가게도 충분히 참여할 의지가 있다며 동조해 주셨다. 그렇게 포인트 가맹점이 탄생했다.


포인트 가맹점에서 실제로 적립된 자원순환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기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려 다른 방식의 보상을 고민 중이다. 어린이들에게는 행사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스 이용권으로 교환해준 적이 있다. 포인트가 업사이클 체험활동이나 게임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이용권이 되니 행사 전이면 친구들끼리 포인트를 얼마나 모았는지 서로 확인하기 바쁘다고 한다. 통장에 포인트를 차곡차곡 모으는 게 재밌는지, 그저 모으는 데 열심인 아이들도 있다. 추후에는 주민들이 만든 업사이클링 공예 제품과 포인트를 교환해드리려 준비 중이다.

자원순환 포인트로 엮어지는 용봉마을


이제 막 시작했지만, 자원순환 포인트제는 마을 단위 활동으로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 제도가 효용성 있게 자리 잡게 할 것인지, 포인트 카드로 적립해서 자동으로 전산에 올라가도록 하는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자원순환 해설사라고는 하지만 이런 활동을 평소에 안 하시다 하시는 일반 주민분들이셔서 데이터를 관리하고, 숫자로 환산하는 걸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지금처럼 수기로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보다 전산화 방식을 도입하면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마을 학교나 장터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포인트 은행’도 때때로 열고 있다. 직접 마을발전소에 와서 포인트 적립이 어려울 수 있으니, 학교나 마을 공동체와 결합한 이벤트성으로 부스를 세워 방문형 포인트 적립 창구를 연다. 용주초등학교의 경우, 등하굣길에 포인트 은행 부스를 차려 종이팩과 다른 자원들을 수거하고 포인트 통장에 적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찾아가는 포인트 은행’이 열리는 날이면 종이팩을 들고 달려나오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종이팩을 잘 씻고 펴고 말려서 모아두고는 포인트 은행이 열리길 기다리는 친구들, 이 친구들이 자라서 기억하는 용봉마을은 어떤 곳일까 상상해본다.

오늘은 '찾아가는 포인트 은행' 열리는 날!

그리고 이 포인트제를 북구 전체로 확장해 일종의 지역화폐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한다. 북구는 자체적으로 참여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용봉마을자원순환본부의 자원순환 포인트 제도와 충분히 연계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우리의 활동들을 모델화하고, 데이터를 잘 만들어서 행정에 협력을 요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카톡 하나만으로 활용되다가 이것저것 다양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듯 자원순환 포인트도 포인트 따로, 마을공동체 활동 따로 가는 게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여서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 종이팩, 아이스팩, 폐현수막 등 다 다음 쓰임이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재활용하는 게 중요하지만,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자원순환 활동으로 얻은 포인트를 통해 적게나마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동네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서로 연결되는 아이템으로 정착되길 바란다.


마을에서 종이팩을 수거하다가, 자원순환 포인트제까지 확장되었다. 이제 막 시작된 용봉마을의 자원순환 포인트제가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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